포도
우리가 예술작품 앞에서 보내는 시간은 내면의 대화를 시작하게 하는 매개 역할을 한다.
날씨, 기분, 공간의 변화와도 같은 요소에 감상이 영향을 받고, 투사된 우리의 감정은
작품에 비축된다. 예술을 바라볼 때 기억과 성장의 겹이 쌓이며 거듭나는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개개 실재와 이면으로 공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가 고려명의 포도 연작은 그의 시선으로
담아낸 피사체의 본질에 대한 물음을 담고 있다.
작가는 포도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근접 촬영한 후 그것을 확대하여 대상의 물질성을 탐구한다.
그는 포도가 놓인 장소에 대한 어떠한 힌트도 없이 포도가 가지는 덩어리감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형태만을 부각시키면서 근원적 아름다움을 표상화하고 있다.
이것은 존재 그 자체로 서의 피사체가 가지는 의미를 바라보겠다는 실존성을 포착해보는 것이다.
이러한 하이퍼 리얼리즘의 추구는 사실 대상이 정밀한 재현이 아니라 극사실주의적으로
확대된 이미지를 시각화 함으로써 바라볼 수 없던 것을 보게 해주고
대상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흔히 포도는 생명과 번영을 상징한다.
그래서 작가의 다채로운 포도 시리즈는 보는이로 하여금 영글어가는 풍요로운 마음을 마주하게 한다.
작가는 아주 기본적인 포도의 형상에 담긴 색을 연구하면서 본질에 더하여진
작가의 미학적 시선을 표출해 내고자 한다.
자연이 만들어낸 색감 그리고 작가의 손길이 감지한 예술적 시선은
어느새 익숙한 듯 낯설지만 탐스러운 그 포도를 음미하게끔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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